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회원마당

보건복지부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간이식인협회

회원게시판

[인문학 산책 67] 첫 눈

박무용 2021-12-17 조회수 398

눈 내린 겨울스케치

“蒼茫歲暮天  창망세모천
 新雪遍山川  신설편산천
 鳥失山中木  조실산중목
 僧尋石上泉  승심석상천
 飢烏啼野外  기오제야외
 凍柳臥溪邊  동류와계변
 何處人家在  하처인가재
 遠林生白煙  원림생백연''

「아득한
 세밑의 하늘에서

 첫눈이 온통
 산과 강에 내리네.

 새들은
 산 속의 나무를 잃고

 스님은
 돌 위에서 샘물을 찾는데.

 주린 까마귀는
 들 가에서 울고

 얼어붙은
 버들 냇가에 누웠네.

 어디에
 인가가 있는지?

 먼 숲에서
 흰 연기 피어오르니..」

 고려 말의 시인, 대학자이며 호는 도은(陶隱),
 자는 자안(子安),길재 대신 고려삼은(高麗三隱--
 목은-이색,포은-정몽주,도은-이숭인 *야은-길재)으로 
 
“李崇仁이숭인(1347-1392)''이 읊은

[新雪(신설)--첫눈)]이라는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눈이 온 뒤의 들녘 풍경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명작 겨울스케치입니다.

'이숭인'은 고려 후기의 문학을 대변하는 문인으로
 도학적인 문학관을 가졌으며,
 1360년(공민왕 9) 14세의 나이로 국자감시에
 합격하여 이색의 제자로 학문을 배웠죠.

 21세 때 성균관의 생원이 되면서 이색 문하에서
 정몽주·김구용·박상충·정도전·권근 등과 교우했으며,
 24세에 중국의 과거에 응시할 인재를 뽑는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나 나이가 미달(*25세 
 이상 기준)되어 가지 못했다고 하죠.

 특히 시는 후대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되며,
 또한 '이색'으로부터 성리학을 전수받아
 유교의 학풍을 새롭게 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인이었으나 조선의 개국에 이르러
 자기와 함께 뜻을 하지 않은데 앙심을 품은
'정도전'이 심복 황거정을 보내어 유배지(순천)에서
 장살(仗殺)에 의해 삶을 마감합니다.
 
 위의 한시는
 산천에 눈 내린 풍경과 그 속에 그려진 사람과 새와
 나무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눈 속의 바위 틈 샘물을 찾아 나서는 스님모습과
 숲 저만치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통해
 靜中動(정중동)의 포근한 삶의 휴식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겨울스케치 한 폭에
 이 어찌 그릴 수가 있을까?
 그냥 시어(詩語)로 써 내려 갈 뿐이다!..

 집을 잃은 새의 모습과 물을 길러 가는 스님의
 유연한 모습을 대구(對句)로 구성한 것이 일미이다.
  
 눈 내린 둘레길,호수가길,강변길,공원산책로 등..
 그 눈길을 걸고있는 나를 찾아볼 수만 있다면
 참으로 멋있고, 즐거울 것같아서

 겨울의 첫눈은 그래서 아름다울 수 밖에!.. 


 


◇눈 내린 겨울스케치
 ..연필스케치로《치악산 상원사》

 방배골 巢一齋에서
 놀공자 潭然 올림.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입력